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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정신이 빚어낸 다채로운 음률

김민정

개인의 정신이 빚어낸 다채로운 음률



24일 새벽,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군사공격을 개시했다. 세계인의 화합의 장을 표방한 올림픽이 끝난 지 4일만의 일이었다. 국가는 거대한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자국민들을 통합시키고, 그 단결력을 이용하여 단체의 이익을 도모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 간의 권력투쟁은 필연적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정치적 입장이 복잡한 역학 관계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역사의 문법은 국가간의 미묘한 긴장 상태를 전복시키는 사건을 반드시 포함한다. 현대 사회 역시 그 문법 하에 작성된 인류사의 일부이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기존의 선례를 따라 진행된 ‘권력투쟁’에 지나지 않는 사건이라고 인식될 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2022년 현대 사회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정 국가, 민족, 종족, 언어 사용자 등 문화적 공통성을 떠나 모든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덕적 사안을 전세계가 함께 규정하고, 감시하고, 규탄하는 것이 국제적 추세다. 국제사회는(비록 그것이 정치적 이익을 위한 허울뿐인 말일지라도)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즉, 개인의 정신이 국가권력에 억압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흐르는 시대인 것이다.



Composition VII, 1913. Tretyakov Gallery


러시아 화가 칸딘스키의 작품에선 구체적인 실체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는 실재 대상에 감응하는 정신적 세계에 집중한 작가다. 음악적 요소와 다양한 색채로 구현된 “칸딘스키의 추상은 현실의 경험적 대상과는 상관없이 화가의 정신에 연역적으로 주어진 실재에 대한 선험적 관념상을 표현한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경험적 대상의 실체를 다채롭게 받아들이는 인간 내면의 음률이다.


작금의 사태에서 안타까운 점이 바로 이것이다. 정치적 목적만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전쟁은 칸딘스키의 작품처럼 독창적인 인간 내면의 목소리를 묵살시킨다. 무력으로 점철된 싸움에서 현대 사회가 좇는 자유와 다양성은 방향을 잃는다. 인간은 권력을 중심으로 집결하고, 권력을 사수하기 위해 투쟁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그 투쟁 속에서 보편적 가치를 발굴해내는 중요한 성과를 이루어 냈다. 이 성과를, 인간의 정신이 빚어내는 다채로운 음률을 무시한 채 국가 권력이 추구하는 단 한 가지 목적으로 국제 사회를 획일화시키려는 러시아의 행보는 정당화 될 수 있는가. 오히려 퇴보가 아닌가. 



김민정 mntil4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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